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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절도 일당 검거.."유리창 선팅 뒤 땅굴 파"

 경북 구미시에서 상가 인근에 땅굴을 파 송유관 내 석유를 훔치려던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주로 심야에 굴착작업을 벌이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지만, 인근 주민의 수상한 낌새에 덜미를 잡혔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송유관 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A씨 등 6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주범 A씨를 포함해 3명을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7월 중순까지 구미시 선기동에 있는 한 아울렛 매장 내 창고 건물 등 2곳을 임차한 뒤, 곡괭이와 삽 등을 이용해 땅굴을 파고 송유관에 접근해 석유를 훔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거된 일당은 서로 선·후배 등 지인 관계로, 이 중 주범으로 알려진 A씨는 과거에도 송유관 절도 관련 범행으로 전과가 있었던 인물이다. 이들은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계획했다. 자금 조달과 장소 섭외, 자금 관리, 현장 작업까지 각각의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움직였으며, 주로 심야 시간대를 이용해 굴착작업을 벌였다. 이는 인근의 주민이나 관계자들의 눈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들은 범행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상가 내부를 일반 상점처럼 꾸며 외부에서 보기엔 정상 영업 중인 것으로 위장했다. 물품을 진열해 두고, 건물 내부가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유리창에는 짙은 선팅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정교한 위장에도 불구하고, 굴착 중 건물과 땅 사이에 생긴 틈을 이상하게 여긴 한 주민이 이를 목격하고 수상함을 느끼면서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실제로 송유관은 예상보다 훨씬 깊이 묻혀 있어, 이들은 끝내 석유를 절취하는 데는 실패했다.

 

경찰은 구미 지역 상가에서 굴착 흔적이 발견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인근 상가의 CCTV 영상과 통화내역을 분석한 결과 용의자들을 특정할 수 있었고, 이후 압수수색을 통해 이들이 사용한 범행 도구와 범행 일시 등이 상세히 기록된 장부를 확보했다. 해당 장부에는 도구 구입 내역과 시공 계획 등이 정리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땅굴을 파고자 한 장소가 아울렛이 밀집된 지역이라는 점에서 자칫 반복적인 굴착 시도와 부주의한 작업이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실제 송유관은 가압 상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파손 시 폭발이나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경찰은 범행 장소에 대해 유관기관과 협조해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안전 조치를 완료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적·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기반시설인 송유관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그 자체로도 중대한 위법일 뿐만 아니라, 폭발이나 화재, 대규모 환경오염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유형의 범죄는 사전에 단호하게 차단되어야 하며, 향후 송유관 주변 지역에 대한 첩보 수집과 예방적 형사 활동을 강화해 유사 범죄의 재발을 막겠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신고자 보호 및 포상금 제도를 운영 중인 만큼, 주변에서 유사한 정황이나 이상 징후가 포착될 경우 적극적으로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 사건은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발생해온 송유관 절도 시도와 맥을 같이 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점을 다시금 부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