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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드라마 속 음식의 비밀, 5초 장면 위해 '몇 달 밤샘'까지?

 드라마 속 음식이 단순한 소품을 넘어 서사의 중심을 관통하는 핵심 장치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시대적 배경이나 인물의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보조적 역할에 그쳤다면, 이제는 음식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처럼 기능하며 극의 흐름을 주도한다. 요리를 통해 인물 간의 갈등이 폭발하고 관계가 형성되며, 시청자들은 화면 속 음식에 함께 울고 웃는다. 이처럼 음식의 비중이 커지면서, 스크린 뒤에서 이 모든 음식을 창조하는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역할에 대한 대중의 관심 역시 뜨거워지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요리사를 넘어, 대본을 해석하고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또 다른 연출가다.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작업은 음식을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기획 단계부터 작가, 감독과 함께 대본을 분석하며 음식의 역할과 의미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때로는 대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메뉴를 역으로 제안하기도 한다. 캐릭터의 성격과 서사, 시대적 배경을 완벽하게 반영하기 위해 몇 달에 걸친 자료 조사는 기본이다. 영화 '아가씨'에 등장한 5초 남짓의 장면을 위해 15일간의 준비 기간이 필요했고, '재벌집 막내아들'의 1980년대 재벌가 식탁을 재현하기 위해 당시 사용했을 법한 식기와 식재료, 시대상을 꼼꼼히 고증했다. 단순히 '피 흘리는 케이크'라는 지문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구를 위한 케이크인지, 왜 피를 흘려야 하는지를 알아야 피의 색과 점도까지 완벽하게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려해 보이는 결과물 뒤에는 고된 노동의 현실이 숨어있다. 물과 불을 사용하기 어려운 촬영 현장은 다반사이며, 한 장면을 위해 수십 인분의 요리를 하거나 여러 번의 재촬영에 대비해 실제 필요한 양의 6배에서 10배에 달하는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병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초콜릿'에서는 조리 과정 장면을 위해 70인분 이상의 음식을 준비해야 했고, 촬영 중 소음이나 빛이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세트장 한구석 어두운 곳에서 조용히 요리를 해야만 했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장면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땀과 노력이 응축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음식들은 과연 맛도 있을까. 많은 이들이 품는 이 궁금증에 대해 푸드 스타일리스트들은 '그렇다'고 답한다.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가 진심으로 맛있게 먹어야 생생한 연기가 나온다는 철학 때문이다. 이들은 최고급 유기농 재료를 고집하며, 배우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당신의 맛' 촬영 당시 배우 강하늘은 여러 테이크를 거치며 준비된 떡갈비 1.5kg을 모두 먹어치웠고, '철인왕후'의 주인공 신혜선은 장조림이 너무 맛있다며 따로 싸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처럼 배우들의 '진짜 먹방'을 이끌어내는 맛의 비밀이야말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음식 명장면을 탄생시키는 궁극적인 원동력이다.